'尹보다 경제 잘했다'는 文?…"팩트 틀렸고 성과도 없었다" [오형주의 정읽남]

입력 2023-09-28 10:00   수정 2023-09-28 10:09



“‘오염된 정보’를 기반으로 주장이 나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경제지표를 거론하며 현 정부 성과를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 “지난 정부의 통계 담당자들이 지금 수사받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감사원이 집값과 소득, 고용 관련 통계를 수년간 반복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4명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 22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관계자는 “명백하게 우리 정부 들어서 특히 경제를 보면 고용률이 좋아졌고, 재정이 건전해졌고, 물가가 내려갔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며 “문 전 대통령이 말했던 다른 정부와 비교도 수치상으로 맞지 않거나 해석이 왜곡된 것이 아니냐 비판받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안보·경제는 보수 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진 진보정부에서 안보 성적도, 경제 성적도 월등히 좋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현 정부 관계자들은 “글로벌 경제 흐름 등 대외 여건의 차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숫자만으로 전·현 정권 경제지표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 등 주장을 두고선 “팩트도 틀렸고 성과도 없이 미래세대와 현 정부에 부담을 가중시켰을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①국민소득 증가율, MB가 文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규모, 즉 국내총생산(GDP)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한 시기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 뿐”이라며 “지난해 우리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를 기록해 10위권에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인당 국민소득을 보아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에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를 넘었는데, 지난해 3만2000달러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제부처 관계자들은 “경제규모는 중장기적으로 지속 증가하므로 시기 간 비교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경제규모와 1인당 국민소득은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1인당 소득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때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문 전 대통령 주장은 기초 사실도 틀렸다고 본다. 1인당 소득의 경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2년 4071달러(증가율 19%) 늘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2017~2021년) 증가폭은 3397달러(11%)로 이보다 작다.


경제성장률로 비교하면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성장률이 문재인 정부 시기 보다 높았다. 이명박 정부는 3.3%, 박근혜 정부는 3.0%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성장률은 2.4%였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성장률을 뒷받침 한 것은 이전 정부 대비 확대된 정부 재정이었다. 문재인 정부 성장률 2.4%의 민간/정부 성장기여도를 뜯어보면 각각 1.4%포인트, 1.0%포인트다. 민간의 성장기여율은 59.7%였다는 얘기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엔 성장률 3.0% 중 민간이 2.3%포인트, 정부는 0.6%포인트를 기여했다. 민간의 성장기여율은 76.7%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34.7%였던 국가채무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61.8%로 높아졌다”며 “성장률 유지를 위해 과도하게 재정투입에 의존한 결과 민간 부문 활력이 위축돼 경제성장 둔화 및 재정건전성 악화를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CDS프리미엄, 文 임기말보다 현재 더 낮아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성과를 부각하면서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를 나타내는 원·달러 환율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지수를 언급한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만2000달러 대로 국민소득이 떨어졌다”며 “그 이유를 환율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환율이 높아졌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가 그만큼 나빠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윤석열 정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현 정부 관계자들은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가치 하락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이를 우리 경제에 대한 평가와 결부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Fed가 지난해부터 금리를 급격히 인상하면서 한·미 정책금리 차이는 현재 사상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한국(-4.1%)은 물론 일본(-11.3%), 중국(-7.4%) 등 주요국 통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CDS 프리미엄지수가 가장 낮게 떨어졌고,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올라갔다”고 언급한 대목 역시 이 같은 국제금융시장 상황 등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날인 지난해 5월 9일 CDS 프리미엄(43bp)과 최근인 지난 18일(29bp)만 따져볼 경우 오히려 지금이 하향 안정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
③수출 연속 감소? 文 '14개월' vs 尹 '11개월'
현 정부 관계자들은 문 전 대통령이 "수출 증가, 무역수지 흑자 규모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다"며 전·현 정부 성과를 비교한 것 역시 부적절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 중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같은 장기간 수출 감소는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8년 12월~2020년 1월(14개월) 동안에도 있었다.

현재는 일본(15개월 연속)과 대만(10개월), 중국(최근 11개월 중 9개월) 등 인접 주요국도 글로벌 교역 침체 등으로 장기간 수출 감소세에 직면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선박 등 수출 개선효과에 힘입어 올 4분기 중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역수지 역시 현 정부 들어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데다 반도체 시장 불황, 중국의 장기간 코로나 봉쇄 정책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 무역수지는 올 상반기 적자(265억달러)를 냈지만 6월 이후엔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상수지는 이미 상반기 전체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하반기에는 흑자폭을 확대해 연 200억달러 이상 흑자가 예상된다.
④코로나 때 文 정부 부채 OECD 두 배 늘어
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부채를 늘렸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국가부채를 많이 늘리는 적자재정의 효과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이전 2년 동안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한 바 있고, 코로나 기간 동안에도 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측에서는 “팩트도 틀렸고 성과도 없이 미래세대와 현 정부 부담만 가중시켰다”고 비판이 나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지를 합한 통합재정수지의 경우 2017~2018년 흑자를 유지해온 것이 사실이나, 2019년 12조원 적자로 전환했고 2020년에는 71.2조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코로나 기간 OECD 국가 중 국가부채율 증가가 가장 낮았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9~2022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비율 증가폭은 12.2%포인트로 OECD 평균(6.6%포인트) 대비 두 배 가량 컸다.

문 전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적자 폭이 더욱 커진 점을 거론하며 적자 원인으로 ‘세수 부진’과 ‘부자 감세’를 제시한 점도 반박했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이전부터 총지출 증가율을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중기계획 상 관리수지 적자가 3%를 초과하도록 했다”며 “OECD 국가들은 2021년부터 긴축으로 전환한 반면, 우리는 확장재정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세제 개편은 부자 감세가 아니며 세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2024년 이후 5000억원에 그칠 정도로 제한적”이라며 “오히려 국내 기업 해외 유보금의 국내 이전 및 투자 확대 등으로 세원 확보에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소득에 대한 이중과세가 철폐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뒀던 유보금을 국내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상반기 21조8000억원의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왔다. 현대자동차 역시 올해 8조원 규모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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